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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시민 뒤통수 치는 몹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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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궁소리 작성일17-11-27 07:09 조회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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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중인 대학생이 지하철 선로 추락한노인


지난 20일 오후 10시35분께 부산지하철 1호선 서면역 신평방면 승강장에서 밤늦게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전동차를 기다리던 대학생 박상현(26·경남 양산시 웅상읍·동서대 회계정보학과 4학년)씨는 갑자기 '퍽'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를 들었다.

건너편 승강장에 있던 뇌병변 3급 장애인 김모(68)씨가 만취상태에서 발을 헛디뎌 선로 아래로 떨어진 것. 역내의 승객들은 비명만 질러댈 뿐 황망 중의 사태에 아무도 손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고 이에 박씨는 가방을 벗어던지고 지하철 선로로 몸을 던졌다. 언제 전동차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생각의 속도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다행히 박씨는 선로에 쓰러져있는 김씨를 부둥켜 안아 승강장 위로 끌어올렸고 승객 서너 명이 함께 힘을 모아 김씨를 무사히 구조해냈다. 김씨의 의식이 흐릿해 보이자 박씨는 해병대 복무 시절 익힌 대로 응급처치를 하는 한편 역무원을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김씨는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다행히 타박상 외에 별다른 부상은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가슴을 쓸어내린 박씨는 그제야 건너편 승강장에 벗어놓은 가방에 생각이 닿았다. 하지만 가방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라진 가방 안에는 박씨의 지갑과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넉넉지 않은 살림에 부모님께 어렵게 부탁해 이틀 전 할부로 구입한 노트북과 친구에게 빌린 전자사전 등이 들어있었다. 무엇보다 광고기획자를 꿈꾸며 오랜기간 준비해온 프로젝트 관련 정보와 아이디어를 정리해놓은 노트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었다.

역무원의 도움으로 당시 현장의 CCTV에 촬영된 장면을 확인한 결과 검정색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이 박씨의 가방을 가지고 사라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남자는 장애인 구조로 역내가 어수선한 틈을 타 박씨의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살펴본 뒤 가방을 손에 들고 슬그머니 CCTV 밖으로 사라졌다.

참담한 심정으로 역무원들에게 차비를 빌려 집으로 돌아온 박씨는 경찰에 분실 및 도난 신고를 하는 한편 애타는 심정으로 물건을 돌려줄 것을 호소하는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남겼다.

박씨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지 특별히 의로운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취업준비로 일분일초가 아까운 시기인데 오랜기간 공들인 아이디어 노트를 잃어버린 충격 때문에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누군가가 견물생심으로 일순간에 마음이 혹해 물건을 가져간 것으로 믿고 있으며 나에겐 소중한 물건인 만큼 지금이라도 돌려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지하철 서면역 조시재 역장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의기를 보여준 젊은이가 보상은커녕 막대한 손해만 보게 돼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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